“예수께서 요한의 잡힘을 들으시고 갈릴리로 물러 가셨다가 나사렛을 떠나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 해변에 있는 가버나움에 가서 사시니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취었도다.”(마4:12~16)

 멀리 교회의 종탑이 하얀 눈송이를 뒤집어쓰고 있는 12월의 칼렌다 그림 한 장이 나를 갑자기 반세기로 되돌려 놓는다. 나의 유년부 시절은 6․25 직후인 마산의 신마산 교회로부터 시작된다. 눈 덮인 교회는 언제나 나의 유년 시절이요 나의 천국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눈이 좋고 눈 덮인 교회가 좋다. 매년 12월 성탄절이 되면 나의 모 교회인 신마산 교회는 나를 비롯한 고아들에게 생 대구국과 먹음직한 흰 쌀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여 주었으니 말이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도 유달리 별났다. 성탄절 전야제를 위한 모든 프로그램을 고등부가 도맡아 했으니까. 연극과 찬양, 실내 장식 등 정말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들은 12월 한 달을 거의 교회에서 살았다. 여학생들은 아예 교회에 재봉틀을 가져다 놓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한 준비물을 만들었고 남학생들은 그림 그리기에 분주하였다. 우리들은 연극과 찬양 연습으로 12월 한 달을 교회에서 죽치고 살았다. 밤이 깊으면 교회의 어머니들이 나와서 새참으로 떡국을 끓여 주기도 하고 고구마도 삶아 주었다. 우리들은 장작불이 벌겋게 타오르는 난롯가에서 주님의 밤을 준비하곤 하였다. 그렇게 12월의 밤은 깊어만 갔다.   매년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오건마는 올해는 나에게는 유난스럽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의미 있는 해인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나이 예순이 되었고 새로운 사명을 확인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브니엘에 온 지도 벌써 31년이 되었다. 이제 2년이 지나면 나는 이 정든 교정을 떠나게 된다. 내가 브니엘과 인연을 처음 맺을 때는 이곳이 나의 선교의 사명지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여느 다른 이들과 같이 거저 내 생계의 현장이요 내 삶의 든든한 말뚝이었을 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브니엘을 향한 나의 자부심과 정열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나는 브니엘을 향하여 나의 최선을 다하여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밤을 새워 교재를 연구하였고 누구보다 많이 제자들을 명문 대학으로 진학시켰고 제자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겨 그들과 눈물을 같이 하였지만 감히 나의 하나님 앞에서는 부끄럽다. 때때로 제자들에게 복음을 담대히 전하기도 하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제자들과 신앙 상담을 한 적도 있었고 억지로라도 교회로 인도한 한 기억도 있지만 감히 주의 제자로서 사명을 감당해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이제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중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4)

주님은 고향을 떠나서 사역하셨고 아브라함도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났다. 나는 주님의 부르심에 이제 응답하려 한다. 내가 하나님의 사역을 힘있게 감당할 수 있는 연한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많아야 육 칠 년이다. 하나님은 사명을 가진 자를 지켜 주신다. 사명이 있는 자는 죽지 않는다. 나는 가끔 이 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내가 주의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리라 확신한다. 하나님은 언제나 사명자를 도구로 사용하여 친히 당신의 일을 하신다.

나에게는 이 믿음이 있다. 하나님이 하신다. 할렐루야, 아멘 (2005. 12, 08)

Posted by 힛데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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