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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묵상 2012. 9. 13. 22:13 |

 한여름날 서울의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이 열흘째 계속되고 있다. 18년만의 기상 이변이란다. 한밤중에도 열대야로 잠을 설친다. 강변이든 다리 밑이든 열기를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초만원이다. 꼭 죽을 것만 같다. 오늘은 또 어디로 피신을 해야 하나? 이제까지 즐겨 찾던 근린공원 정자 밑도 시원할 것 같지 않다. 청량리 롯데 백화점으로나 가 볼까? 거기는 백화점과 플라자, 마트가 한곳에 몰려있어 눈치 보지 않아도 좋다. 또한 고객이 왕이라는데 배짱 한번 부려보면 어떨까? 지하철에서 내려 자연스레 들어가기도 좋아 정말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이는 백화점 1층 로비는 연일 초만원을 이룬다. 볼거리도 많다. 연중세일 이벤트로부터 각종 문화행사까지 정말 고객을 위한 맞춤복 마케팅이다. 이래서 롯데는 글로벌 유통망을 세계로 내리 깔았는가? 참 재주도 좋다.

 

 

 인간 만사 막히면 답답하다. 부부간이 그렇고 부자간이 그렇다. 어찌 이뿐이랴. 세상은 종과 횡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해와 득실로 얽히고 영욕과 빈부귀천으로 얽힌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반목과 질시로 진흙탕 싸움이다. 세상 어디에 시원하게 뚫어줄 자 없는가? 항간에서 탈출 모티브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빠삐용은 그래서 대중의 우상이다. 쇼생크 탈출이 시원하고 도망자 시리즈가 대중을 매료시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막힌 것을 뚫어주고 가진 자의 승자 독식을 시원하게 날려 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자녀들이 어릴 때의 이야기다. “얘들아, 오늘 아빠하고 대화 좀 하자.” 해 놓고 가족회의를 하면 언제나 똑 같다. “아빠, 이게 뭐 가족회의야? 아빠 혼자 실컷 아빠 말만 다 해 놓고, 우리는 듣기만 했잖아, 다시는 이런 가족회의 안 한다.” 뭐 이런 식이다. 그러니 우리 집에는 애시당초 아빠나 남편은 존재하지 않는다. 폭군 한 사람만 있을 뿐 도대체 소통이 없다.

 

 

 올해 여름 우리나라의 하늘이 왜 이렇게 달구어졌는가? 자연의 질서가 깨뜨려졌기 때문이다. 자연도 막히면 광분한다. 사람들은 다를까? 우리나라는 G7에는 들지 못해도 G20에는 든 국민소득 2만 불의 선진국이다. 그런데도 7년째 세계에서 자살률 1위의 나라다. 하루에 42명꼴로 매일 죽는다. 원인이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후진국의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돈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한 자들이 누구인가? 바로 나다. 60년대 이후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산업화 과정에서 돈의 위력을 최대로 맛본 나와 같은 기성세대다. 멀리는 못 보더라도 내 자식에게라도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어른세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지 못한 책임이 재앙으로 되돌아온 결과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다. 창조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돈을 섬기는 물신주의에 빠져 모든 가치관을 유물적(唯物的) 사고로 바꾸어 버렸다. 그러기에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사회는 돈이 양반이다.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을 읽어 보라. 양반이면 안 되는 게 없다. 오늘날이 그렇다. 그러기에 돈으로 부부간을 막아 버리고 부모와 자식 사이를 막아 버린다. 한강은 유유히 흐르지만 돈이 남북으로 갈라놓는다.

 

 

 대안은 없는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돈이라면 최고라는 잘못된 외길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돌이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살았는가? 자녀를 낳으면 일류 대학에 입학시켜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생각이 복잡하다. 그래서 1차, 2차 5개년 계획들을 세운다. 왜 일류 대학인가? 바로 돈이다. 일류 대학 나오면 돈 많이 받는 대기업이나 사(士)자가 보장되는 라이선스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녀들을 하나님의 귀중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하지 않는다. 자녀들의 능력이나 취미, 적성 등을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내 자식만 생각하는 지극한 이기주의가 날로 팽배해져 이제는 소위 사회 지도자층에서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사회화 훈련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진정 이 사회에 황희와 같은 청백리는 없는가? 이 시대는 청빈(淸貧)을 요구할 수 있는 전제군주 시대가 아니다. 자유와 경쟁이 가치로 자리 잡은 민주자본주의 시대다. 그러기에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와 같은 청부(淸富)가 미덕이요, 그러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더욱 그리워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가치관으로 도처에서 체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멀지 않아 추석 귀성길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뒤범벅이 될 것이다. 도로야 막히면 뚫으면 되지만 내 안에 막힌 답답함은 어쩌노? 남편과 아내가 생각이 달라 끊임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부모와 자식이 평행선을 달려만 가니 누가 뚫어줄꼬? 나만 옳다는 생각으로 아무리 달려가도 평행선일 뿐이다. 만나는 접점(接點)은 없다. 이제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내려놓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되돌아보는 것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절대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상대화하는 것이다. 내 것만이 옳고 네 것은 틀리다는 혹백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치관과 인생관은 관성을 가지고 있기에 잘못된 가치관과 인생관의 관성에서 벗어나리란 쉽지 않다. 그러기에 대단한 결단이 필요하다. 내가 잘못된 가치관으로 나의 자녀들을 강요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다. 나보다 나의 자녀들은 살 날이 많다. 나의 사랑스런 자녀들의 앞날의 행복을 위하여 이것쯤은 해 줘야 되지 않겠나.



Posted by 힛데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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