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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7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요사이 나는 하루가 정말 즐겁다. 새벽에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고 눈을 뜨자마자 새벽하늘에 걸려 있는 조각달을 보는 것도 분주한 도회의 생활에서 분외의 복이려니와 별이 빛나는 밤을 날마다 기대하며 소년처럼 마음 설레는 것이 어찌 축복이라 할 수 있지 아니하랴.

“장로님 내외분, 정말 축하합니다. 그렇게도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시더니 이제 만년에 하나님이 장로님 내외분께 갚아 주시는군요.  정말 심은 대로 거둡니다.”

며칠 전 나의 새 아파트를 방문했던 동료 몇몇이 우리 부부에게 던져주고 간 말이다. 

 
 정말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다. 브니엘 고등학교에 부임한 지 삼십 이 년, 나는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학교와 교회만을 오가며 제자를 가르쳤고 가정과 지역사회에 최선을 다해왔다. 아내는 자녀를 기르며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부지런히 씨를 뿌려왔다. 돌이켜 보면 나는 아내에게 빚진 자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아내에게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하게 했던가. 나의 편협한 아집과 탐욕이 아내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어 가고 있을 때 아내는 한나처럼 교회로 달려가곤 하였다. 하나님은 아내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남편이 주지 못했던 참된 평화와 안식을 주시었다. 아내의 삶은 언제나 하나님을 향해 열려 있었고 하나님께 드려지는 삶이었다. 장애인 교회인 백합교회에서 삼 년 동안 봉사했던 일, 선교단체 인터콥에서의 헌신 등은 나의 가정 역사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요 진국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아내와 왕자같이 살아가기를 꿈꾸는가 하면 초고층 아파트의 옥상위에 펜터 하우스를 짓고 중세의 성주처럼 호령하며 세상을 움켜쥐고 싶은 자도 있다. 꿈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그러기에 인간을 호모 에스페란스(희망적 동물)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 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망하며 좌절하는가.

 
 나는 정말 행복한 족속이다. 모로 누워 생각해도 행복하고 엎드려 누워 생각해도 행복하고 벌렁 누워 생각해도 행복하다. 너무 행복해서 몸살이 날 지경이다. 왜냐고 묻는 이가 없는 것이 이상하여 스스로 그 해답을 줄 수밖에 없다. 내가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게 한없이 행복하다. 이건 기적 중의 기적이다. 내가 구원받았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하나님의 우주 창조보다 더 신비로운 비밀이다. 매일 밤 나는 하늘의 별을 헤아려본다. 별은 빛나고 우주는 운행한다. 그 운행 속에 내가 있다. 순간의 선택이 우주의 운행 속에 나를 참여시킨다.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역사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의 우리를 향하신 소망을 알고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에게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자에게 당신의 마음을 알려 주신다. 불 가운데에서도 아니요 우레 가운데서도 아니요 물 가운데서도 아니요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코자 하는 자에게 당신은 세밀(細密)한 음성으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민족 지도자 모세의 기록을 출애굽기 4장 2절 이하에서 보라. 애굽의 모든 지식과 권력으로도 자기 민족을 구원하지 못하고 미디안 광야로 쫓겨 간 모세, 그는 이제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었다. 실의와 절망 속에서 패배의 쓴 뿌리를 질겅질겅 씹고 있던 모세, 그의 손에는 양떼를 치는 마른 막대기 하나뿐, 민족을 구원하지 못한 자책감과 나약한 자신의 무능에 대한 자괴감(自塊感)으로 한 없이 절망하고 있는 모세. 그는 한낱 양치기였을 뿐이다. 그런 모세를 하나님은 찾아오셨다. 이날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모세는 단순히 풀을 좇아가는 양떼를 따라 갔을 뿐이지만 하나님은 불 붓는 가시떨기에서 그를 기다리고 계셨다. 거기에서 모세를 만나 주셨다. 그리고 사명을 주시고 능력을 주셨다.   

 
 이제  우리 함께 출애굽기 4장 20절을 보자. 나는 이 구절을 보면서 온 몸이 떨려 옴을 느낀다. 아니, 천체의 감시자가 망원경 속에서 새로운 별을 발견하듯이 환희와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모세가 그 아내와 아들들을 나귀에 태우고 애굽으로 돌아가는데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더라.” 어제의 마른 막대기가 오늘에는 ‘하나님의 지팡이’로 바뀐 사실, 이것이 기적이다. 기적은 하나님을 만날 때 이루어진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나님은 지금 나에게 묻고 계신다. 하나님은 나에게도 일할 수 있는 두 팔과 기도할 수 있는 두 무릎을 주셨다. 나는 이제 나에게 무엇이 있는가를 헤아려 볼 것이다. 아직 건강이 있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열정이  있다. “나의 건강과 시간과 재능은 하나님의 것이옵니다. 하나님, 이것을 하나님의 지팡이로 만들어 주옵소서. 내가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위하여 일하기 원하옵니다.” 아멘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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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힛데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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