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빛과 그림자

힛데겔 2011. 4. 13. 01:13
 

1. 들어가는 말

 

 지난 3월 6일 내가 출석하는 동안교회 주일 3부예배 설교에 초대된 워싱턴 한인교회 김영봉 목사님의 말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는 미주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최근에 한국을 방문하고 느끼는 감회를 이렇게 전하셨다. “한국은 돈과 건강과 외모에 미친 것 같다” 정말 이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학교수가 연구비를 횡령하고 본부에서 내사가 들어가자 자살하고, 또 한 대학교수가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장학금을 횡령하고 동료끼리 내분이 일어나자 치고받고 다투다가 자살하는 사건을 볼 때 막가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서 김 목사님의 전한 말을 통하여 우리 민족에게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돈과 건강과 외모에 대한 집착이 우리 민족에게 미칠 빛과 그림자에 관하여 생각해 보려 한다.      


2. 빛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아시아는 韓版(한반)에 열광한다” 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아시아 각국에 주재하는 특파원들로부터의 르포로서 일본, 홍콩,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전역에 ‘한국 닮기’가 한창이라는 기사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는 미래의 성장 동력산업으로 3대 산업을 제시했다. 즉, IT, 기계항공, 생명공학 산업에 나라의 온 힘을 쏟는다고 선언했다. 그 후 20년이 채 못 되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할 성장을 일구어 내었다. 남다른 근면성과 성부 근성, 높은 지능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교육열이 복합되어 만들어낸 걸작이다.


 거기에다가 2002년 1월 KBS 2TV에 방영된 드라마 ‘겨울 연가’가 일본 NHK에서 방송되어 일본을 기점으로 ‘한류’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주연으로 출연한 배용준, 최지우는 일본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어 일본 열도에 ‘한류 신드롬’을 일으켰고 드라마의 무대가 된 춘천의 남이섬은 일본인 팬들의 관광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한국의 드라마는 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끊임없는 ‘제2의 욘사마’를 배출시켰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국의 외형문화가 아시아 여성들을 사로잡는다”

이는 아시아에 주재하는 특파원들의 공통된 입말이다. 한국여성들보다 아름다운 얼굴과 희고 고운 피부, 가지런한 이를 가진 여성은 없다. 외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인종의 전시장이라는 뉴욕에서 가이드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아침에 다운타운에 나와 보면 한국여성, 일본 여성, 중국 여성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한국여성은 세련된 몸매에 꼭 명품 하나는 지니지요. 그리고 일본 여성은 치아가 고르지 못해요. 중국 여성은 머리가 더부룩해요.” 중국 사람은 아침에 머리를 감으면 그날 운수가 사납다고 머리를 감지 않는다고 살짝 귀띔도 해 주었다.  


 성형, 미용, 패션 등은 정말 세계 수준이다. 아니, 이제는 세계를 선도한다. 우리나라 여성은 선천적으로 미적 감각이 탁월하다. 옛날에는 때마다 유행이란 게 있었다. 주로 유행은 서구 몇몇 선진국이 독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곧 유행’이다. 각자가 유행을 창조한다. 소비자의 욕구가 끈임 없이 상승한다. 그러기에 아름다움과 관련된 산업은 기술의 축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성형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고 영상, 음악을 중심으로 한류문화가 세계로 확산된다. 앞으로는 먹거리, 레저 문화도 세계에 주목을 받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국의 문화가 기폭제가 되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고 이를 자본화하여 막대한 부(富)를 축적한다면 무한 경쟁시대인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이 세계 일류 국가가 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산업을 어떻게 개발하며 수출할 것인가는 이제부터 생각해야 할 때다.


 결론적으로 볼 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국의 외형문화가 한국을 살리고 더 나아가서는 풍요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엄청난 자본이 된다는 것은 한국의 미래에 분명 밝은 빛이라 할 수 있다.


3. 그림자


 인간은 물탐(物貪)의 야수


 지난 4월11일자 어느 일간지에 실린 서로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종류의 기사를 읽고 난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이 살아가는 이 땅,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물려준 이 땅에서 언제까지나 나의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바르게 사는 길인가?” 하는 심각한 고민으로 긴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매스컴의 PD들은 전국을 샅샅이 누비며 생활의 달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정작 삶의 달인을 찾아 나서는 자는 없다. 여기 기사를 간단히 요약하여 옮겨 싣는다.  


 1) 두 형제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여 단시일에 떼돈을 벌었다는 기사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의 내사가 들어오자 기미를 눈치체고 번 돈 170억 원 중 111억 원을 5만 원 권으로 묶어 플라스틱 김치통에 넣어 마늘밭에 묻었다가 나중에 발각되어 돈은 국고로 환수되고 쪽박 차고 수갑도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김제의 마늘밭 화수분’ 이야기다. 집에 두려니 불안하고 은행에 맡기자니 추적당할 것 같고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 전에 사 놓은 마늘 밭 300평에 새벽과 한밤에 몰래몰래 나가 몰래몰래 묻어놓고 그것도 불안하여 아예 집을 떠나 컨테이너 박스를 밭가에 옮기고 거기에서 기숙하며 날마다 돈다발 밭 위에서 김매고 거름 주며 밭가를 맴돌다가 인생도 맴돌아 버리다. 


2) 역외 탈세로 4101억 원을 국세청으로부터 추징당한 A회장, 그는 ‘유령인간’이었다. 모든 계좌는 차명, 160여 척 선박도 해외 조세 피난처 등록. 십조 원이 넘는 재산가였지만 서울에서 그가 사는 집의 임대차 계약서는 친인척 명의로 허위 작성됐다. 회장님으로 불렸지만 회사의 대표 이사를 맡은 적이 없고 경영활동은 휴대폰 저장장치(USB)나 구두 지시 등을 통해 은밀히 이뤄졌다. 일체의 공개 활동을 피했고 세무 컨설팅도 해외 회계법인을 이용했다. 유령인간 생활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4. 대안

 

 너희가 청부(淸富)를 아는가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현재 소프트뱅크 대표회장이다. 지난 3월 11일 일본에 사상 최악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이때 그는 일본인과 아픔을 같이 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1000억 원을 내놓았다.


 빌게이츠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드니 올림픽 때이다. 내가 개회식을 TV로 보다가 깜짝 놀랐다. 빌게이츠가 관중석에 앉아 열심히 자국선수들의 입장을 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앉은 자리가 VIP석이 아니라 일반석이었던 것이다. 물론 경호원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그때 나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만약 빌게이츠였다면 나는 일반석에 앉았을까? 그는 지금 빌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세계 빈곤 퇴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청부(淸富)는 돈과 자신을 분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돈이 나 자신과 붙어 있으면 그 돈이 결국 나를 삼켜 버린다. 돈의 위력은 굉장하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돈이 너무 크게 보이면 그때부터 나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손정의와 빌게이츠는 어떤가?  그들은 진정 청부(淸富)의 대가이다.


 역시 지난 4월 11일자 신문에 실린 기사다. 정말 신선하다. 그대로 소개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달인’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한 달 40만 원으로 멋지게 사는 법

 

 내가 살고 있는 대관령, 산골 마을은 청정 강릉에서도 상수원 구역입니다. 우리 마을 유기농 채소 같은 할머니 한 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름은 최종옥, 나이는 82세이지만 멋도 부리십니다. 봄이면 화사한 머플러를 두르고 가을이면 프랑스 모델 같은 갈색 모자를 쓰고 마을도서관에 오십니다. 화분이 놓인 창가에 앉아 천천히 녹차 한 잔을 들며 은테 안경을 쓰고 책 읽는 모습이 꼭, 헬렌 켈러 박사 같습니다.


 할머니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영세민 생활보조금 40만원 남짓한 돈으로 살아가지만 가끔 비슷한 처지의 이웃 노인들이 몸이 아플 때면, 조그만 전기밥솥에다 약밥을 찌거나 팥죽을 쒀 선물로 가져갑니다. 할머니! 그러면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나요? 묻는 제가 금방 부끄러워집니다. 살아보니 부족한 것은 항상 마음이지 돈이나 재료가 아니더라, 40여만 원으로도 충분히 문화생활을 하면서 잘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매일 마을도서관에 오셔서 차를 마시며 한두 시간씩 책을 읽고, 일주일에 하루는 배낭에 책 한 권 넣고 강릉 민속시장에 가서 맛있는 것도 사 드시고 밤에는 찜질방에 가서 뜨끈뜨끈한 물로 목욕한 다음 가져간 책을 읽으며 느긋하게 하룻밤을 지내고, 그 다음 날 돌아옵니다. 1박2일 여행인 셈이지요. 여행 경비는 왕복 시내버스비, 식비, 찜질방비, 합해서 약 2만 원 정도라 합니다. 그렇게 멋지게 살아도 생활비가 좀 남아서, 돌아가신 뒤에 장례를 치러줄 고마운 이들에게 수고비로 주려고 조금은 저금도 해 두었다고 합니다.

                                                                              유금옥(2011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당선자)